열은 아이들에게 해로운 것인가?
연세두리소아과 김영래

열은 아이들에게 해로운 것인가?
열은 아이가 병에 걸렸음을 알려주는 신호


아이가 열이 펄펄나고 불덩이 같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닦아주는 엄마의 눈빛이 안타깝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젖는 수건이 닿을 때마다 울어대는 아이가 너무 안쓰럽다. 한밤중에 온 가족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소아 응급실은 열나는 아이들로 북새통이다. 병원에서도 결국 아이의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닦아 준다. 하루분의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의 지친 걸음에는 졸음이 가득하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한번쯤 모두 경험해 본 일이리라.

열자체는 해로운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조직의 거대세포와 단핵세포에서 사이토카인이라는 미세한 단백질을 생성하고 이것이 뇌의 시상하부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생성하여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의 체온 설정치를 높인다. 인체는 새롭게 설정된 높은 체온에 맞추기 위해 근육을 수축시켜 열을 생산한다. 몸을 오들오들 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켜 손발이 차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체온 설정치를 상승시키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해열제가 바로 체온 설정치를 낮게 해주는 약물이다.
심하지 않은 열은 백혈구의 운동과 이동 , 식세균 작용, 인터페론 생산 등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을 항진시켜 우리 몸이 병에 저항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어른에서도 열이 오르면 입맛이 없고, 기분이 나빠지며 근육통과 두통이 동반되는 것처럼 아이들도 열이 너무 높이 오르면 칭얼대고 잘 먹지도 못한다. 때로는 열성경련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밤에 열이 있으면 열을 내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엄마들이 고열 자체가 아이들의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의학 상식을 갖고 있는데 세균성 뇌막염과 뇌염과 같이 뇌에 염증을 유발하여 질환을 동반하는 열이 아니면 열 자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의 체온을 정확하게 재어야

열이 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체온을 재는 것이다. 나이와 체온계 종류 그리고 측정 부위 와 시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은체온계, 디지털 체온계, 고막체온계등 다양한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한가지는 구비하도록 하자. 수은 체온계를 사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체온계의 눈금을 35도C 이하로 내린 상태에서 3분이상 재야 한다. 디지털 전자 체온계는 30-6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간편하다. 고막 체온계는 적외선을 이용해서 체온을 측정하는 것으로 직장 체온보다 약간 낮으나 고막은 체온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와 같은 혈액을 공유하기 때문에 인체의 중심 체온을 반영한다. 이 체온계는 재는 사람의 테크닉에 따라 오차가 많이 날 수도 있는데 외이도에 귀고막 체온계의 끝을 충분히 밀어넣고 귀바퀴를 뒤쪽으로 살짝 당겨주어야 하고 두세번 측정후 가장 높은 것이 현재 아이의 체온이다. 이것의 단점은 비싸고 3개월이전의 아이들에게는 정확치 않다는 것이다. 3개월 이전의 아이들의 적절한 체온 측정은 항문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항문으로 체온을 잴 때는 체온계의 수은주에 바셀린을 바르고 아기의 항문을 손으로 벌린 다음 1.2~2.5cm 정도 체온계를 집어넣는다. 체온은 재는 부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겨드랑이를 재는 것보다는 입안을 재는 것이 정확하고, 입안보다는 항문으로 체온을 재는 것이 좀더 정확하다. 소아에서는 나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항문이나 귀에서는 38도, 겨드랑이에서는 37.2도 입안에서는 37.8도 이상의 체온이 있어야 열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아이들의 정상체온은 성인보다 약간 높으며 나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1세 이하는 37.5, 3세 이하는 37.2, 5세 이하는 37도 정도로 나이가 어릴 수록 성인에 비해서 약간 높다.

열나는 아이의 처치

미열만 있으면 해열제을 먹일 필요는 없다. 체온이 38도 이상이면서 아이가 힘들어 하면 타이레놀이나 부루펜과 같이 부작용이 적은 해열제를 먹인다. 옷을 얇게 입히고 방을 너무 덥지 않게 해주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위와 같이 했는데도 고열이 지속되고 아이가 힘들어 하면 1-2시간 기다리다가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먹여 본다. 그래도 고열이 지속되면 미지근한 물(29-30도 정도)을 준비하여 물수건으로 온몸을 문질러 준다. 이렇게 하면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열을 발산하게 된다.
해열제를 먹이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선입견 때문에 고열이 나면서 보채는 아이를 견디도록 극기훈련을 하는 엄마들을 가끔 보는데 해열제는 장기간 과량 복용하지 않으면 큰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약이다. 눈 덮인 산을 오를 때 그냥 오르면 쉽게 미끄러져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고생길이지만 아이젠이라는 조그만 기구를 등산화에 끼우면 힘들지 않게 등산할 수 있다. 해열제가 이같이 고열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아이젠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집에 상비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해열제인 아세타미노펜과 부루펜은 동일한 해열 효과와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아세타미노펜이 권장량에서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안전한 약으로 먼저 추천된다. 아세타미노펜(타이레놀 시럽 32mg/cc)은 10-15mg/kg를 4-6시간마다 줄 수 있는데 하루 5회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대체적으로 복용 후 30분이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며 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적정 용량을 초과하여 오래 먹이면 간에 독성을 줄 수 있다. 먹는 아세타미노펜(타이레놀)을 먹이고 있는데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같은 성분의 좌약(서스펜좌약)을 또 사용한 경우가 제법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이부프로펜(부루펜 시럽 20mg/cc)은 5-10mg/kg를 6-8시간 간격으로 투여하는데 6시간이상의 간격을 두고 투여해야 한다. 복용후 1시간쯤 지나면 효과가 시작되는데 6개월이전에는 권장하지 않는다. 작용시간은 타이레놀에 비해서 더 길기 때문에 자기 전에 밤에 먹이면 고열로 깨지 않고 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열이 날 때 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

2개월 이하인 아이가 빠는 힘이 약해지고 안먹으면서 열이 날 때는 응급실을 바로 가야한다. 평소보다 심하게 아파보일 때나 아이가 너무 보채거나 늘어질 때 그리고 경련이 있을 때 응급실로 급히가서 의사의 진찰 을 받아야 한다. 혈액에 균이 침범한 심각한 패혈증이나 신경학적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성 뇌막염등은 갑자기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은 동반한 호흡곤란과 탈수증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개 소아에서의 발열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의한 것이지만 하루 이상 열이 있으면 열의 원인이 무엇인지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